바가지에 담긴 숭고함 권영상 퇴근할 때에 보니 만리동 재래시장에 늙은 호박이 나왔다. 누런 호박을 보려니 가족같은 정이 간다. 고향집 담장 위에 버럭만하게 익어가던 호박이 눈에 선하다. 나는 채소가게 아주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서리는 내렸습니까?”이 도시 안에 사는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선상님은 애기들만 가르치실 줄 알지 언제 서리 내리는지는 모르는 갑네. 아흐레가 상강이었으니 서리내려도 벌써 내렸지라우. 인편에 들은 말인디 강원도 정선에는 거시기 서리가 세 번이나 내렸다네요.” 내 얼굴을 대충 아는 아주머니가 나를 나무라듯 하시며 웃는다. “아, 때가 그렇게 되었군요.” “고지박도 벌써 다 따들일 때가 되어부렀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는 내게 채소가게 아주머니가 덧붙이신다. 그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