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아프리카에서 온 감동 통신

권영상 2016. 7. 4. 17:22

아프리카에서 온 감동 통신

권영상




아프리카에 가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보내오는 통신은 가끔 아프리카를 가 본 것 이상으로 나를 감동시킨다. 요 몇 년 전 남아공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서거했을 때다. 그때 만델라는 자신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할 일을 다 했으니 이제 영원히 잠자고 싶다고 했고, 그는 그가 원하던 대로 영원히 잠자러 갔다. 그때 그를 찾은 세계적 지도자들의 수화 통역사가 있었다.




탐산카 잔트지에라고.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며 유엔사무총장의 추도사를 엉터리로 현란하고도 멋지게 통역했다. 그 일이 있은 지 며칠 뒤 수화통역이 엉터리였다며 그 나라 장관이 사과를 했다. 그때 이 엉터리 통역사는 통역의 순간마다 다른 목소리를 들었다며 익살을 떨었다. 세계를 상대로 웃길 줄 아는 곳이 아프리카다.



근데 요 며칠 전이다.

나를 감동시킨 아프리카 통신이 또 있었다. 여제자의 아기를 받아 업고 강의를 한 대학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코트디부아르의 우아타라 대학의 오노레 카이 교수다. 강의 시간에 아기를 데려온 여학생이 우는 아기를 달래려고 강의실을 드나들었다. 그래도 아기가 여전히 울자, 카이 교수는 여학생의 아기를 받아 포대기로 감싸 업고 강의를 했다. 그는 아기를 달래려고 앞뒤로 몸을 흔들며 강의를 했고, 그 덕분에 아기는 울음을 그쳤고 강의도 무사히 끝났다.



대체 이 무미건조한 세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정말이지 그는 대학 교수 이상의 진정한 한 인간이며 어머니이며, 인정 많은 아버지였다. 그들보다 몇 곱절이나 잘 산다는 우리로선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감동이었다.



아프리카의 이쪽, 소위 잘 나간다 하는 나라들은 지금 어떤가. 사람의 머리를 뛰어넘는 인조지능 알파고를 만들어 세상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이 알파고들이 바둑을 두고, 신문기사를 쓰고, 의사가 하는 진찰을 하고, 증권거래까지 한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일은 실직을 앞에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사욕을 채우기 위해 전 세계를 금융위기에 빠뜨린 잘 나가는 월가의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만 잘 살겠다며 단물을 빼먹고 EU를 탈퇴한 나라가 있고, 남의 나라 시장을 빼앗느라 혈안이 된 나라들이 있다. 세상의 부를 독식하겠다는, 그 잘 나간다는 나라들과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곤 모두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들뿐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프리카가 지금 이쪽 사람들을 향해 내뱉는 말 같아 미안하다. 대체 인류가 빨리 도달하려고 하는 그 곳은 어디인가. 거기가 인간이 소외된 알파고의 나라인가. 잘 나가는 나라가 되겠다며 우리는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정작 얻은 것이라곤 빈부격차 뿐이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가끔 보내오는 통신은 이쪽 잘 나간다는 나라들의 소식들과 다르다. 우리가 달려오며 쓸모없는 것이라고 팽개쳐버린 인간애와 배려와 인류를 감동시킬 줄 아는 진한 마음의 울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제자의 아기를 받아 업고 강의를 했다는 이 짤막한 통신은 거대자본을 들여 만든 알파고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아프리카 통신은 문명의 충격으로 불안해하는 세계인을 단 한장의 포대기로도 따스하게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인류를 생산한 고향이며, 어머니이다. 그리고 잠자리의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당겨주는 고마운 손길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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