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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로가 사라졌다 (연재 1)

권영상 2024. 6. 3. 21:07

<월요 이야기 동시 연재>

 

 

 

로가 사라졌다 (연재 1)

 

 

젤로가 사라졌다.

게임 중에 젤로가 컴 속으로 성큼 뛰어 들어갔다.

그 후, 젤로의 바쁜 발걸음 소리가 컴 속에서 가끔 들려왔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젤로 동생 달로가 울먹였다.

젤로는 학교 공부보다 컴속 무궁무진한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 했다.

나는 시간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초록 풍뎅이가 될 거야.”

젤로는 평소 그런 말을 자주 했다.

젤로의 아바타는 풍뎅이다. 초록 풍뎅이.

시간이 멈추지 않는 한 젤로는 컴 속 과거 현재 미래를 풍뎅이처럼 자유롭게 오갈 것이다.

초록풍뎅이가 날아올랐다.

과거로 날아간 초록 풍뎅이는 금와왕이 다스리는 동부여에 방금 도착했다.

 

 

나라를 세운 사람들

 

 

1. 주몽

 

우리는 고구려를 세우러 간다

 

 

주몽왕자는 대소왕자의 눈을 피해 이른 새벽 왕궁을 빠져나왔다.

그의 뒤를 따르는 세 사람이 있었다.

오이, 마리, 협보.

“나도 주몽왕자를 따르겠소.”

다들 돌아다보았다.

“너는 누구냐?”

주몽왕자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젤로라고 하오.”

“어디서 온 자냐? 우리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중이다.”

주몽왕자 뒤를 바짝 따르는 털부숭이 오이가 물었다.

“나는 미래의 나라 서울에서 왔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오이가 다시 물었다.

“나의 아바타는 시간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초록 풍뎅이라오.”

“미래에서 왔다면 우리의 거사 결과를 알고 있겠구나.”

“그렇소. 당신들은 성공하여 고구려를 세웠소. 나도 그 일에 함께 하고 싶소.”

젤로의 말에 주몽왕자가 말했다.

“좋다. 우리와 그 일을 함께 하자.”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섯 사람은 성문을 나와 좁고 으슥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어디선가 파수꾼의 발길에 돌조각 구르는 소리가 났다.

“몸을 낮춰라!”

누군가 속삭이듯 힘주어 말했다.

새벽별이 흐릿해질 무렵

다섯 사람은 숲에 숨겨놓은 말에 올라탔다.

“자, 달리자! 우리는 고구려를 세우러 간다!”

주몽왕자가 어둠 속을 향해 내달렸다.

“우리는 씩씩한 고구려다!”

젤로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책사 오이, 말을 돌보는 다리, 맨 뒤에 대장장이 협보.

이들 다섯은 금와왕의 땅 동부여를 벗어나기 위해 말을 채쳐 몰았다.

저쯤 동이 트고, 이어 아침 해가 솟을 때쯤이다.

“거기 섰거라!”

 

 

나는 천제의 아들이다

 

 

돌아보니 추격꾼들이다.

평소 주몽왕자를 시기하던 대소왕자와 그 무리들.

“저들과 지금 싸울 때가 아니다. 우리는 고구려를 세워야 한다!”

주몽왕자가 소리높이 외치며 남으로 달려나갔다.

다들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 달렸다.

등 뒤에서 추격꾼들이 쏘는 화살이 날아와 픽픽픽 들판에 고꾸라졌다.

그 무렵이다.

이들 앞에 엄체수 강이 입을 벌리듯 가로막았다.

주몽왕자가 재빠르게 활을 재어 막 떠오른 아침해를 향해 힘껏 쏘았다.

화살이 아침해에 가 쾅, 박혔다.

“나는 천제의 아들이며 하백의 외손자다. 나를 뒤쫓는 군사는 곧 닥치는데.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해는 더욱 빛났고

순간, 무언가 강을 가로 지르더니 튼튼한 다리가 놓였다.

무사히 강물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다 건너고 돌아다 보니 문득 다리가 사라졌다.

“물고기 자라 거북들이 제 등으로 다리를 놓아 주었던 거요!”

맨 뒤를 따르던 대장장이 협보가 알렸다.

“이 비겁한 도망자들, 달아나지 말고 돌아와 벌을 받으라."

이윽고 대소왕자 목소리가 강을 건너왔다.

“천제와 하백의 신이 지금 주몽왕자를 돕는 걸 못 보았느냐!”

젤로가 맞받아쳤다.

“비겁한 사람은 주몽왕자가 아니라 주몽왕자를 두려워하는 대소 나으리요.”

털부숭이 오이가 소리쳤다.

그들은 강 언덕에 서서 이쪽을 향해 화살을 날렸지만 화살은 더는 날아오지 못하고 강물위로 곤두박질쳤다.

“잘 가시오! 대소왕자!”

주몽왕자가 활을 잡은 손을 흔들어 보였다.

 

 

동명성왕이 가신다

 

 

대소왕자를 따돌린 주몽왕자는 들꽃이 다투어 피는

아침 들판을 달리고 달렸다.

하늘빛은 점점 더 빛나고 들판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점점 더 따스했다.

“얏호오, 이제 우리는 고구려를 세우리라!”

주몽왕자가 들판을 가로질러 말을 몰았다.

“오래오래 가는 나라를 세우리라!”

그 뒤를 따라 책사 오이의 말이 달렸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힘센 나라를 만드리라!”

말을 돌보는 다리의 말이 달렸다.

“백성들이 먹고 살기 편한 나라를 세울 거다!”

대장장이 협보가 뒤쫓아 가며 말을 몰았다.

“여기 우리의 동명성왕이 가신다!”

초록 풍뎅이 젤로 역시 하늘을 찌르듯 소리높여 외치며 주몽왕자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고구려다

 

 

주몽왕자는 밤길을 달려 이른 아침 졸본에 이르렀다.

넓은 들판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동가강이 유유히 흘러가는 기름진 곳.

그 땅에 해 뜨는 시간에 맞추어 쿵, 나라를 세웠다.

고구려.

주몽왕자가 왕이 되었다.

동명성왕.

“우리는 고구려다!”

왕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고구려 만세! 만세! 만세!

방금 고구려 백성이 된 사람들이 두 손을 치켜들고 만세를 불렀다.

젤로는 서서히 초록풍뎅이로 변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동부여보다 더 멋진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그러며 부웅 날아올랐다.

“안녕! 고구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