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
4-H는 초록으로 채워져야 한다
권영상 (시인, 동화작가)
4-H는 초록이다.
초록, 그것은 어디서 왔는가.
우주에서 빛을 타고 왔다.
외계인의 피부가 초록인 것쯤 우리는 다 안다.
초록은 그렇게 아주 오래 전
우주를 건너
이 땅에 와 숲을 이루었다.
그러고 보면 4-H는 숲이다.
숲은 숲을 만들고, 사슴이 뛰는 산을 만들고,
강을 만들고,
볕 좋은 땅에는
숲이 숲을 에둘러 마을을 만들고
그 안에 사람을 낳아
사람을 보듬어 살찌우게 했다.
그러므로 4-H는 사람이다.
숲을 닮은 사람.
그의 온몸은 만지면 뭉클하는 초록이다.
그가 쓰는 말, 그가 생각하는 이념, 그의 행복, 그의 기쁨.
하물며 분노며 절망조차 사랑할 줄 아는
초록을 닮은 사람.
초록을 위반하고 어떻게 초록이라 할 수 있는가.
그러고 보면 4-H는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타인을 사랑하는
착한 이기심의 사랑.
나를 사랑하기 위해 타인의 추운 어깨를
감싸주는 사랑.
사랑은 이기적이다.
이기적이란 말이 왜, 불편한가?
사랑은 아름다운 이기심에서 시작되는 것.
나를 밝히기 위해 타인의 이름에 먼저 불을 켜는 것.
묵은 해가 가고 방금 2021년이 도착했다.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새해가
서늘한 아침 창문 밖에 와
4-H를 기다리고 있다.
4-H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것을 안아들여
초록을 꿈꾸는 이상으로 품어야 한다.
4-H가 꿈꾸는 모든 날들은
안에서도 밖에서도
희망에 부풀 때나 낙망할 때나
항시 초록으로 채워져야 한다. 초록으로.
<한국4H 신문> 2021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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