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동 사랑 노래
권영상
1.
나무를 사랑하라 한다면 나는
소나무를 사랑하겠네.
나무 중에 소나무를 사랑한 아버지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푸른 솔을 심어
아늑하게 사셨지.
초당동 소나무.
2.
초당을 말하라 하시면 나는
초당 두부를 말하겠네.
두부 중에 참 두부를 사랑한 어머니들
아침에 바다물 길어 순두부 한 그릇
즐기며 사셨지.
초당동 참 두부
3.
사람을 헤아리라 하시면 나는
이 두 분을 말하겠네.
여류 시인 난설헌 홍길동 교산 허균.
올곧은 시와 문장으로 동방에 별 되어
이름을 떨쳤지.
초당동 그 사람
4.
초당이 어디메뇨 하시면 나는
숨은솔부터 말하겠네.
남으로 어이넘재 북에 너른 뒷송정
건넛말 큰말 안초당 아랫말이 모여
정다이 사는 곳.
초당동 이 터전
강릉 초당은 저의 고향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초당 두부'가 태어나 전국적 브랜드가 된 곳이지요.
그 초당동에서
초당을 생각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제의가 있어
흔쾌히 고향을 위한 노랫말을 지어 보냈습니다.
가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초당동에서 빼어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장성하고 늠름한 소나무이지요.
경포대에 올라 바라보는 호수 건너편 마을이 초당인데 그 초당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이 소나무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바로 '초당 두부'입니다.
우리콩과 바다 간수로 만들어 더욱 유명해진 두부입니다.
셋째로는 허균과 허난설헌이지요. 그의 아버지는 초당 허엽 선생으로
사헌부와 경상감사를 지낸 분이고
그분의 자제는 성, 봉, 난설헌. 균 이렇습니다.
아버지 허엽 선생은 딸에게도 이름 난설헌을 지어주어(조선 시대에 이름 가진 여성이 둘 있었는데
한 분은 신사임당이고 한 분은 허난설헌입니다.)
아들 딸 구분하지 않고 글을 가르쳤지요.
당대의 문장가 손곡 이달 선생에게 글을 배우기도 했고, 홍길동전은
서얼인 손곡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난설헌의 시문은
지금도 북경대 교재에 실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 초당동을 다녀오실 분에게 도움 되라고 지리도 알려드릴게요.
강릉 시내에서 초당동으로 들어가려면 우선 어이넘어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그 고개를 넘으면
바로 다운타운 격인 큰말이 나오고 그 끝에 허균 생가를 감싸고 있는 곳 안초당이 나옵니다.
안초당은 경포 호수가 맞닿아있습니다.
초당의 동편은 건넛말이고 건넛말엔 숨은솔이라는 좋은 소나무 숲이 있고
그 안에 강릉고등학교가 있지요.
큰말과 건넛말 사이엔 개울이 흘렀는데, 그곳을 안고랑이라 합니다.
그 안고랑을 쭉 따라 내려가면
그 끝에 제가 태어나서 자란 아랫말이 나옵니다. 아랫말은 권씨 집성촌으로 지금도
일가분들이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 지역 일대, 강릉방송국 송신소 주변을 뒷송정이라 하고
뒷송정 너머는 경포 호수(달리 오진개)며 경포대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동쪽은 어촌마을로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강문동입니다.
이 강문동과 초당 사이로는 대관령에서 발원한 남대천이 굽이쳐 흐르는 하류인데
이곳에 지어놓은 사당이 골매기 성황당으로
여러분이 잘 아시는 강문동 진또배기는 이곳을 배경으로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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