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권영상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숨바꼭질을 좋아했지.
그때에도 아빠는 술래였고,
나는 아빠가 하나. 둘. 서이. 너이......
세는 동안
엄마 치마 뒤에 숨었지.
아니 엄마 무릎 뒤에 숨었지,
아니 종아리 뒤에, 아니 머리칼 속에
옹크리고 숨었지.
아빠는 못 찾겠다며 나와라! 나와라!
소리쳤고,
나는 요깄지! 하고 나온다는 게
그만 깜빡 잊고
응애응애응애, 울며 나왔지.
열 달을 숨어 지내다가.
나는 지금도 숨바꼭질을 좋아하지.
술래는 물론 아빠지.
<소년문학> 2022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