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복
권영상
“다음 주 8일이유. 꼭 와유.”
옆집이 집들이를 한다며 볼 때마다 꼭 와 주기를 바랐다.
팥시루떡 세 시루를 맞춘다며 서울 가더라도 그날 꼭 내려오라고 당부당부하셨다. 아들딸이며 마을사람도 부른다 했다. 우린 당연히 축하해 드리러 내려올 거라고 약속했다.
옆집에 이사 오신 여든이 가까운 아주머니다.
아주 호방하다.
통이 크다. 아쌀하시달까. 아님 단순한 걸 사랑하시는 분이랄까. 이사 오시자마자, 그전 할머니가 요모조모 쓰던 텃밭이며 주변 나무들을 싹 없앴다. 더욱 놀라운 건 집을 빙 돌아가며 세워둔 나무 휀스까지 싹 정리했다.
“이딴 울타리는 왜 치고 살어. 답답하게.”
그런 분이다.
나는 그분이 니꺼내꺼 경계를 싫어하는, 열려있는 분이란 걸 단박에 알았다.
먹고 잠 잘 집 하나면 그뿐. 마당도 텃밭도 다 세상에 내어준다. 그러나 어찌보면 환히 열려있는 세상이 다 그분의 것이다.
가끔 보면 아주머니는 훤하게 정리해 놓은 뜰에 나와 건너편 마을이며 들판이며 그 너머 산과 산등에 난 과수원을 오래 바라보고 계시곤 한다.
“들판 구경하세요?”
인사삼아 여쭈어보면
“망망한 하늘을 보고 있다우. 저것이 얼마나 큰 건지 감을 못 잡겠시유.”
그러며 나를 놀라게 한다.
집들이에 꼭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내려오지 못했다. 집을 사셨으니 마땅히 축하해 드릴 선물이며 수박도 한 덩이 사놓고 기다렸는데 하루 사이에 그만 일이 생겼다.
사흘이 지난 뒤에야 내려가 다시 만났다.
차에서 축하선물을 꺼내어 드리고 집에 들어왔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분이었다.
"따끈한 팔시루떡을 못 드려 얼마나 속 상했는지 몰라."
떡을 가져오셨다. 반시루는 될 엄청난 양이었다.
반찰인데 너무 맛있었다.
어느 날은 내가 인사삼아 떡이 맛있다며 나도 팥시루떡을 해 나누어 먹고 싶다며 떡집을 물었더니 뭐 그럴 게 있냐며 또 가져오셨는데 한 달은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사흘을 머물다가 서울로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면 그 소리에 나오셔서 묻는다.
“이제 가시면 또 언제 와유?”
“한 닷새 지나면 올 겁니다.”
“서운하지 않을 때쯤 내려와유. 운전조심 하시고.”
그러며 손을 흔드신다.
마치 정든 가족과 작별하는 것처럼
닷새 후에 내려오면 마치 정든 가족과 재회하는 것처럼 서로 반가워한다.
아내나 나나 그분이나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일까.
그런 정서를 아내가 더 좋아한다.
“하여튼 당신을 인복이 있어.”
아내가 그런다.
이쪽 옆집 수원집도 사람들이 그렇게 좋다. 점잖고, 성내는 법 없고, 솔직하고 진실하다. 고구마 하나라도 구우면 나누어 먹기를 좋아한다.
인복이라면 그게 인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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