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김현승의 '희망에 살다가'

권영상 2015. 11. 17. 16:55

 

 

김현승의 시

<희망에 살다가>

 

 

 

 

 

우리가 왔다 가는

이 넓은 세상의 기억이란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오직 하나 이것이 남을 뿐

희망에 살고 갔다는.......

 

 

 

 

 

 

의로운 이는 한 사람도

없노라 하였거니와

누구 하나 우리의 꿈을 아는 이도 없이

우리의 이름마저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 하여도

 

 

 

 

 

 

 

 

 

우리가 남기는 기억이란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오직 하나 이것이 있을 뿐

 

 

 

 

 

처음 조국에서 죄없이 태어났고

다만 희망에 살다가

다만 희망에 불붙고 갔다는.......

 

 

 

 

이 밖에 고달픈 이야기와

다른 실패들은,

다른 미움이나 다른 원망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이 맞는 시간들에서도

희망에 가리워

눈부신 희망에 가리워

좀체로 보이지 않을 뿐!

 

 

 

 

햇빛에 가리워 어둠이 보이지 않듯

보이지 않을 뿐

보이지 않을 뿐.

 

1975년 시집 <마지막 지상에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