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윈난성 4박 5일, 옥룡설산과 인상여강쇼

권영상 2015. 5. 17. 19:25

3. 옥룡설산과 인상여강쇼

 

 

 

 

리장은 한순간도 옥룡설산을 벗어날 수 없는 도시다. 오좀을 누다가도 고개를 들면 눈앞에 설산이 있다. 설산의 근엄함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도시답게 도둑이 없고 비교적 밤거리 산책이 안전한 곳.

 

 

 

고성에서 버스로 설산 아래에 있는 동파만신원東坡萬神園을 찾았다. 동파란 나시족 문화를 말하며 동파만신원은 그들 종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그들이 모시는 수많은 선과 악신이 모여 있는 곳으로 만신은 아름드리나무를 깎아 검게 칠했는데 섬뜩했다. 이 땅은 속계이며, 그 위의 흰 눈을 머리에 인 옥룡설산은 인간이 범접하지 못하는 성스러운 땅으로 보였다.

 

 

 

 

 

 

 

 

 

점심을 먹고 버스로 옥룡설산을 향했다. 옥룡설산은 해발 5596미터의 만년설을 인 고산으로 지금도 지각운동을 하며 해발이 높아지고 있단다. 13개의 봉우리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나시족들은 이 산을 자신들의 보호신 ‘삼다’의 화신으로 여겨 신성시한다.

지그재그로 된 일방통로를 따라 3200미터 지점에 오른 곳이 운삼평雲森平. 원시림과 푸른 초원 너머에 우뚝 서 있는 만년설 덮인 옥룡설산은 지엄했다.

 

 

 

 

 

 

 

 

 

 

 

옥룡설산에서 내려와 다음 코스인 인상여강쇼 관람할 장소로 이동했다. 이 인상여강쇼는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인생>,<귀주이야기>,<붉은 수수밭>,<영웅>등을 감독한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인천을 떠나기 전부터 그의 작품을 접한다는 마음에 설레기도 했었다.

공연장은 노천이었고, 눈 덮인 옥룡설산을 실제의 배경으로 하는 엄숙하면서도 경건한 무대였다. 영화 <영웅>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 특유의 500여 명에 달하는 현지 젊은이를 출연진으로 한 일종의 대서사극이다.

옥룡설산을 끼고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애환을 담은 극.

 

 

설산을 넘어 멀리까지 긴 여정에 시달린 마방들은 무사한 귀환으로 술판을 벌이거나 게임에 빠지거나 춤으로 여독의 밤을 보내다 그만 지쳐 쓰러진다.

그러는 중에 마방과 눈이 맞은 여인은 술판에 지쳐 쓰러진 남정네를 데리고 여강을 떠나 고향으로 도망친다. 이런 일이 일어난 줄도 모른 채 술에 취해있던 여인의 남편은 그제야 달아난 아내를 찾아 쫓아가 보았지만 이미 사라진 뒤. 사내가 서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울부짖던 그 때. 마치 이 극을 내려다보고 있는 하늘도 그의 슬픔을 알았다는 듯이 찬비를 몰아왔다. 비는 사내의 격정적인 울음을 따라 번개와 천둥으로 서럽게 하늘을 울리고 우리들 마음도 울렸다. 그건 마치 위대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음향효과와도 같았다.

노천 무대가 연출하는 극중 내용과 자연 현상과의 관계가 이토록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도 처음이다. 마방의 애환에 설산도 그 아픔을 참을 수 없었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