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성 4박 5일, 리장고성
2. 차마고도 리장麗江 고성
다리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
고속도로를 달려 저녁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나트막하고 아늑한, 그리고 비교적 조용한, 아니 얌전한 도시 리장 시내로 들어섰다. 리장의 배후엔 어디서나 보이는 옥룡설산(위룽세산)이 있다. 옥룡 설산은 리장의 북쪽에 위치한 해발 5,696미터 고산으로 일 년 내내 만년설을 이고 있다. 리장은 옥룡설산이 만들어낸 도시답게 어디서나 옥룡설산과 마주한다.
리장은 나시족의 오랜 왕도였으며 지금도 나시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시족 외에도 푸미족, 이족, 바이족, 라후족도 살고 있다.
다리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면 이곳 리장은 성벽이 없다. 리장의 성주는 오랫동안 세습되어온 나시족 목씨木氏다. 근데 목씨 마을에 성벽을 둘러치면 곤(困)이 되는 게 싫어 성을 축조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나시족은 소수민족이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동파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테면 그들만의 언어와 문자,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리장 고성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아름다운 유산을 가진 도시다. 차마고도의 중심도시로 수많은 상인들과 마방들이 오랜 여정 끝에 찾아와 물건을 팔고 사고 숙박과 식사를 하던 곳.
짐을 풀고 아내와 숙소를 나와 밤길을 걸었다. 모처럼 라이브 카페를 만나 중국가요를 들을 수 있었고, 노상에서 굽는 양고치구이와 망고를 먹는 재미도 누렸다.
다음 날 사방가四方街를 찾았다. 사방가는 사방팔방으로 뚫려있는 길의 중심지로 어느 길이나 길은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로 이어졌다. 느긋하게 걸어보면 당시 북적대던 마방들과 상인들의 물물거래와 환락을 상상하기에 충분한 곳.
독특한 것은 사방가를 따라 물길도 함께 한다는 점이다. 옥룡설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깨끗하여 아침에는 식수로 쓰고, 점심에는 빨래물로, 저녁에는 말에 먹일 물로 쓰이고, 밤엔 물을 가두었다가 열어놓아 넘치는 물로 길거리의 말똥을 말끔히 쓸어냈다 한다. 그 만큼 물은 풍부하고 맑다.
사방가를 지나면 버드나무 숲으로 흐르는 개울물 너머에 흑룡담이 있다. 흑룡담은 코끼리산이라는 상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못. 못 안엔 날렵하고 가냘픈 누각과 주변엔 늙은 버드나무가 우거져 있다. 잔잔한 못엔 멀리 흰 눈을 이고 선 옥룡설산의 그림자가 고즈넉히 머문다. 한나절 동안 그 풍경만 바라보고 있다 해도 전혀 외로울 것 없는, 한 때나마 세상을 깨끗이 잊고 지내기에 좋은 곳.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