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호박
권영상
2015. 1. 16. 11:32
호박
권영상
호박밭에서
누가 푸짐한 엉덩이를 까내리고 앉아
똥 누는 줄 알았다.
끙, 힘을 주느라
잔뜩 부풀려 올린 엉덩인 줄 알고
그만 돌아서려 했다.
개울가 모랫벌에서
권영상
개울가
고운 모랫벌에 앉는다.
모랫벌이 마치
암탉이 품다 일어난 둥우리처럼
따스하다.
손을 넣어 모래를 헤쳐본다.
달걀을 닮은 개울돌들이
도란도란 묻혀있다.
개울돌에 귀를 댄다.
병아리 울음처럼
쪼랑쪼랑 개울물 소리가 난다.
( 문학청춘 2015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