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누가 오나 봐줘

권영상 2015. 1. 16. 11:25

 

 

 

 

누가 오나 봐줘

권영상

 

 

 

순아가

나무 뒤에 숨어 오줌을 누면서

날 보고 그랬지.

 

 

누가 오나 봐줘.

 

 

눈에 불을 켜고

나는 사방을 살폈지.

누가 오나 하고.

 

 

 

 

 

 

따스한 손

권영상

 

 

 

오래된

안동김씨 옛집.

 

 

그 집 뜰마당에서

마루로 올라가는 곳에 놓인

디딤돌 하나.

 

 

디딤돌을 딛고 오르며

나는 보았지.

 

 

나처럼 한 걸음에 오르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돌 하나를 놓을 줄 아는

 

 

예전, 어느 목수의

따스한 손을.

 

 

 

 

 

 

낮은데서

권영상

 

 

 

엎드려 책을 읽는

내 코 앞에 누가 바짝 다가와 있다.

머리카락 한 올이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길다랗게 엎드려

나를 빤히 본다.

 

 

책위에 턱을 얹고

나도 빤히 머리카락을 본다.

 

 

호오, 분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그만한 일에 달싹달싹 춤을 춘다.

 

 

 

(2015년 문학세대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