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로가 사라졌다

젤로가 사라졌다 25회- 장보고

권영상 2025. 2. 3. 14:59

<월요 이야기동시 연재>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21. 장보고

 

 

완도에 청해진을 세우다

 

 

장보고는

서해를 건너 당나라 산둥반도로 들어갔다.

그는 거기서 활과 창 솜씨로 벼슬을 얻어 군중소장이 되었다.

벼슬살이에 익숙해지면서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같은 신라 사람들이 천대받는 게 보였다.

바다에서 붙잡혀 온 신라 사람들이 노비로 팔려가는 것도 보였다.

이게 아니다!”

그는 남의 나라 벼슬살이를 내던졌다.

그리고 바위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신라로 돌아왔다.

내친김에 경주로 들어가 흥덕왕을 만났다.

마마!”

장보고는 자신이 그간에 겪었던 일을 아뢰었다.

당이 우리 신라 사람을 잡아다 노비로 팔고 사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나이다. 그뿐 아니라 서남해안엔 해적이 들끓어 뱃길이 어지럽나이다. 제게 군사를 주시면.”

거기에 이르자 왕이 품었던 바를 말했다.

알겠소. 내가 군사 만 명을 줄 터이니 그대가 완도에 청해진을 세우고 서남해의 무역로를 지키시오.”

문제는 이리 쉽게 해결되었다.

황공하나이다. 마마.”

그렇게 하여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세우고 청해진 대사가 되었다.

이 무렵, 한 사내가 청해진을 찾았다.

활보 셩님이!”

다부진 몸매에 얼굴이 털부숭이었다.

이 아우 왔는데 활보 셩님이는 워디 계시남요?”

그의 목소리가 시뻘건 대낮을 뒤흔들었다.

활보가 누군지 그를 찾는 털부숭이가 뜰마당을 쿵쾅거렸다.

그 무렵 청해진의 문이 열리고 대사 장보고가 나왔다.

아니, 이게 누군가. 내 아우 정년이 아닌가?”

아이쿠, 활보 셩님이!”

둘은 얼싸안았다.

함께 당나라로 건너가 무령군 소장으로 활약한 정년이었다.

나이는 장보고보다 열 살 어렸지만 싸움을 잘 하고 창을 잘 썼다. 무엇보다 바다 밑을 걸어 50리를 가서야 숨을 내쉬는 용맹한 인물이었다. 가슴이 떡 벌어지고, 눈매가 매서웠다.

어떻게 이 형님을 찾아왔느뇨?”

껴안은 두 팔을 풀고 장보고 대사가 물었다.

살아도 우리 셩님이하고 같이 살고 죽어도 우리 셩님이 하고 같이 죽고 싶어 왔지요.”

두 사람은 또 한번 서로를 힘껏 껴안았다.

장보고에게 정년이 돌아왔다.

 

 

해적 토벌

 

 

장보고는 틈만 나면 청해진 뜰마당에 나와 바다를 바라보았다.

셩님이요! 뭔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남요?”

그때마다 정년이 그림자처럼 뒤따라 나왔다.

저기 저 서남해를 우리가 지키세. 거길 지나는 배가 우리 신라 배든 일본 배든 중국 배든. 해적이 없는 안전한 바다를 보고 싶네. 그것이 나랏님의 뜻이기도 하고.”

장보고가 말을 마치자, 정년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활보 셩님이! 셩님이나 나나 당나라에서 천대 받으며 벼슬살이 했잖아요. 우리는 거길 떠나왔지만 지금 거기 있는 신라 사람은 누가 지킨대요?”

장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 말씀이 옳은 말씀이네.”

장보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네가 저어기 서남해 뱃길을 지켜주게.”

오매, 지가요?”

정년이 장보고를 쳐다봤다.

그렇다네. 나도 자네 뒤에 있어줄 걸세.”

활보 셩님이는 그러니께 산둥반도의 신라 사람들을 돌보신다 이거구만요?”

그렇다네. 내가 아우에게 군사 오 천을 주겠네.”

셩님이 원하시는 일이라면 못 할 게 없죠. 함께 살고 함께 죽을라고 왔으니까요.”

정년도 쾌히 승낙했다.

일은 그렇게 결정되고 할 일도 나누어졌다.

그날부터 정년은 서남해를 지나는 배들을 지키기 위해 그들 배보다 더 빠른 배를 짓고, 선단을 만들고, 수병들을 훈련 시키기 시작했다.

장보고는 산둥반도에 들어가 절을 지어나갔다.

천대받는 동포들에게 마음 둘 곳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신라나 일본에서 당나라로 불법을 구하러가는 스님들이 잠시 머물 적산법화원을 만들었다.

장보고는 산둥반도와 청해진을 오가며 신라 사람들을 보살폈다.

그 소문이 돌면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신라인은 물로 일본인들까지 이곳을 안전하게 통과했다.

 

 

강성해진 장보고

 

 

그 무렵의 어느 2월이다.

왕위 다툼에서 밀려난 경주 귀족이 청해진을 찾아왔다.

부끄럽소이다.”

민애왕에게 쫓겨난 김우징이었다.

김우징은 흥덕왕의 조카이며 균정의 아들인 시중이었다.

시중이라면 신라의 관등 중에서도 높은 관등의 인물이었다.

김명 그자가 부왕을 쫓아내고 왕의 자리를 차지했다오.”

분노를 참지 못한 김우징이 부르르 떨었다.

그러면서 장보고의 손을 잡고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나를 도와주시오. 내가 만약 왕이 된다면 훗날 그대의 딸을 나의 비로 맞아들이겠소이다.”

김우징은 몹시 다급했다.

장보고는 정년을 불렀다.

아우에게 군사 5천을 줄 터이니 경주로 달려가 혼란한 정세를 평정하고 와 주어야겠네.”

알겠소이다. 셩님이!”

정년은 군사를 이끌고 신라의 수도 경주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 민애왕을 내쫓고 김우징을 신무왕으로 세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무왕은 왕에 즉위한 그해를 못 넘기고 죽고 말았다.

신무왕의 아들 경응이 문성왕이 되었다.

장보고의 힘으로 왕이 되었지만 점점 힘이 강성해지는 장보고가 두려웠다.

언제고 군사를 몰고 와 제 마음대로 왕을 쫓아낼지 몰랐다.

왕은 장수 염장을 불렀다.

염장은 한 때 장보고와 가까이 지내던 청해진 군사였다.

그는 장보고를 배반하고 경주로 와 벼슬을 하고 있었다.

그대가 나의 두려운 환부를 없애주게.”

846. 문성왕 8

장보고는 자신의 부하였던 염장의 손에

그만 세상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