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2025. 1. 25. 19:13

 

버찌

권영상

 

 

잘 익은

버찌는

하루 종일 새를 기다린다.

 

매서운 부리가

날아와 콕 쪼아 먹어주기를 바란다.

 

그의 갑갑한 뱃속에 들어가

여행하기를 즐긴다.

 

산언덕을 넘어

폴짝폴짝 구름 속을 날다가

쨀끔, 새똥이 되어 떨어지기를 고대한다.

 

잘 익은

버찌는.

 

 

 

2025년 1월 <동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 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