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2017. 1. 5. 19:43

 

시를 읽읍시다말굽돌

   소년한국일보, 2015년 12월 17일자

 


 

말굽돌


권영상

 

 

연탄 수레를 끌고

언덕배기를 올라가던 아저씨가

휴우, 하며 쉴 때

거기에 내가 있었지.

 

-마침 고마운 녀석이군.

아저씨는 길가에 앉아 있는

나를 집어 들어

수레바퀴를 받쳤던 거야.

 

나도 괜찮은 일 한번은

해 봐야 하지 않겠니.

 

기분이 어떠냐고?

땀이야 좀 나지만

지금 나는 상태가 썩 좋아.



 

말굽돌은 말 그대로 크기나 모양이 말굽 같이 생긴 돌을 가리키지요. 이 시는 말굽돌이 시적화자가 되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시이어요.

말굽돌은 지금 언덕배기에 세운 연탄 수레의 바퀴를 받치고 있어요. 아저씨가 힘이 부쳐서 더 이상 연탄 수레를 끌고 언덕을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어요. 그때 아저씨는 옆에 있는 나를 주워 얼른 수레바퀴에 괴였어요. 그래서 아저씨는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하게 되었어요.

문득, 아무리 못생긴 돌이라고 해도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쓸모 있는 돌, 꼭 필요한 돌이 되니까요. 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힘든 일도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거예요. (전병호/ 시인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