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쪽마루 위의 호박들

권영상 2016. 11. 2. 15:08





쪽마루 위의 호박들

권영상



누런 호박을 따다가

햇빛 드는 쪽마루에 쪽 모아 놓으셨다.

늦은 가을이다.


할머니는

그냥 가는 햇빛 한 톨이 아까워

쪽마루 호박 위에 떨어지게 하신다.


이제 할머니에게 마지막 남은 것은

호박들뿐이다.


텃밭이 여지껏 호박을 키웠다면

이제는 할머니가 저무는 가을빛으로

그 호박을 마저 익히실 차례다.



<문학타임> 2016년 겨울호